6화 — 보는 것만으로는
"새벽에 얘네가 폐관탑에서 너를 봤대."
나는 문고리를 놓지 않았다.
티아나의 시선이 그 손에 닿았다.
"너 어디 아파?"
"어디까지 봤답니까?"
"뭐?"
"정령들이요."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티아나가 문틈에서 고개를 뺐다.
"탑에서 나오는 거. 안에는 안 들어갔어."
"다른 사람한테도 말했습니까?"
"아니. 너한테 물어보러 온 건데."
나는 그녀의 어깨 너머를 봤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티아나가 입을 다물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인사도 없이 목격 범위부터 캐물었다.
침착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죄송합니다."
"출입 금지인 건 알아. 그래서 여기서 물어보는 거야."
그녀가 내 코 아래를 가리켰다.
"근데 피부터 닦아."
손등으로 훔쳤다. 이미 말랐는지 묻어나는 건 없었다.
"거기 말고 반대쪽."
다시 닦았다.
"아니, 그러면 번지잖아."
나는 잠깐 문고리를 내려다봤다.
그러고는 문을 조금 더 열었다.
티아나는 책상 앞에서 멈췄다.
의자는 하나였다. 앉으라고 손짓하자 그녀가 먼저 의자를 빼서 내 쪽으로 돌렸다.
"너 앉아. 나는 오래 못 있어. 수업 전에 정령들 진정시켜야 해서."
"무슨 일 있습니까?"
"새벽부터 네 얘기만 해. 같은 걸 보고 와서는 서로 말이 달라. 그래서 직접 온 거야."
그녀가 어깨 위를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
"지금은 내가 물어볼 차례."
허공에서 옷깃을 들추던 바람이 멎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 물그릇을 당겼다. 그 바람에 수첩이 책상 끝으로 밀렸다.
티아나가 잡아주다가 손을 멈췄다.
"봐도 되는 거야?"
표지가 반쯤 열려 있었다. 루시아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였다.
"아직은 안 됩니다."
"알았어."
그녀는 덮어서 돌려줬다.
침대 밑에는 물약이 있었고, 수첩에는 촉매액 사용량과 남은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녀가 조금만 더 궁금해하면 곤란해질 것들이었다.
그런데 물어보고,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손을 뗐다.
나는 준비하던 거짓말 하나를 버렸다.
"탑에는 갔습니다. 마법을 쓸 방법을 찾으러요."
티아나가 내 손을 봤다.
나는 별 문양이 있는 손바닥을 무릎에 놓았다.
"거기서 다쳤어?"
"그 뒤에 좀 무리했습니다."
"찾기는 했고?"
나는 젖은 천에 밴 핏물을 봤다.
불씨는 생겼다. 피도 났다. 지금 측정석에 손을 대면 여전히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확인 중입니다."
"양호실은?"
"아직입니다."
티아나가 잠깐 내 얼굴을 살폈다.
"탑 얘기는 안 할게. 근데 다친 것까지 모르는 척해달라는 거면 싫어."
천을 접던 손이 멈췄다.
"계속 그러면 선생님 부를 거야. 내가 보고도 그냥 갔다는 건 싫으니까."
목소리는 높아지지 않았다.
나는 수첩을 책상 안쪽에 놓았다.
"다시 피가 나거나 상태가 나빠지면 가겠습니다."
"혼자 가지 말고."
"그때는 부탁드리겠습니다."
"응. 그건 해줄게."
그녀가 내 어깨 너머를 한번 봤다.
"그리고 더 오지 마. 몰래 남의 방까지 따라가는 건 안 돼."
뒤에서 작은 바람이 빠져나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돌아봤다.
방에는 처음부터 둘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티아나가 문 쪽으로 가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바르텐도 저 바람을 볼 수 있을까.
정령이라면 눈에 띄지 않고 가까이 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가 탑 앞에서 무엇을 기다렸는지 확인할 기회였다.
"혹시 다른 사람도……"
티아나가 돌아봤다.
말을 끝내지 못했다.
나는 정령이 그에게 안 보이는지조차 몰랐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의 눈에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붙잡혔을 때 구해줄 방법은 더더욱 없었다.
"탑 쪽에는 다시 보내지 말아주십시오."
"왜?"
"조교가 있었습니다. 어떤 마법을 쓰는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너 봤대?"
"그것도 모릅니다."
티아나가 내 옆의 허공을 봤다.
"들었지? 가지 마."
옷깃이 한번 흔들렸다.
그녀가 나를 돌아봤다.
"너도."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거기서 왜 말이 없어져?"
"당분간은 안 갑니다."
"되게 찜찜한 대답이네."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티아나는 복도로 나가며 정령들에게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멀리 가기 전에 한번 더 불렀다.
"창문으로 올 때도 노크부터 부탁드립니다."
"창문으로도 왔어?"
그녀가 허공을 돌아봤다.
바람이 뚝 멎었다.
"……얘들아?"
나는 문을 닫기 전에 조금 웃었다.
D-39.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수첩을 폈다.
바르텐의 이름 아래에 측정 원지 폐기와 폐관탑 목격을 나란히 적었다.
그가 했던 말도 다시 읽었다.
열렸군.
나는 분명히 들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까지 안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혼자 마주치지 말 것.
같은 길로 탑에 돌아가지 말 것.
확인할 방법을 하나 포기했으니, 모르는 채로 행동할 때의 규칙부터 정했다.
펜을 놓고 손을 폈다. 아침에도 감각이 덜 돌아왔다.
오늘 보관소에서는 상자를 어떻게 옮기지.
하겐에게 가벼운 분류 작업부터 맡겠다고 말해야 했다. 근로 자격을 잃으면 손에 넣은 출입 권한도 끝이었다.
불씨 한 번이 수련 시간만 쓰게 만든 게 아니었다.
나는 루시아가 적힌 페이지를 폈다.
마력 공급 경로는 보이지 않음.
어제의 관측은 여기서 멈췄다.
멀리서 계속 보면 언젠가 알게 될까. 또 같은 그림만 적고 돌아오면 어쩌지.
물어보면 거절당할 수 있었다.
물어보지 않으면 오늘도 ‘미확인’이었다.
나는 수첩을 챙겼다.
연무장 입구의 오전 사용표를 확인했다. 루시아의 이름이 있었다. 원작에서 아는 일정이 아니라, 이번 주 실제로 붙은 표였다.
예약 시간이 끝나기 전에 입구 옆에서 기다렸다.
안쪽에서는 불꽃 여덟 개가 움직였다. 정육면체의 꼭짓점을 유지한 채 천천히 기울었다.
펜을 꺼내려다 멈췄다.
오늘은 다른 일을 하러 왔다.
불꽃이 사라지고 루시아가 걸어 나왔다.
나는 통로를 막지 않도록 옆으로 비켜섰다.
"원소학부 3반 카시안 로웰입니다."
"알아."
준비한 다음 문장이 잠깐 날아갔다.
"……아십니까?"
"계속 적고 있잖아."
그녀가 내 수첩을 봤다.
보는 쪽이 나뿐이라고 생각했다.
"마법에 관해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루시아가 벽의 시계를 한번 봤다.
"하나만."
성위마법의 마력 공급 경로.
그걸 물으러 왔다. 대답을 이해할 수 있을지, 내게 가르쳐줄 이유가 있는지는 나도 몰랐다.
수첩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다른 손으로 받쳤다.
루시아의 손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다.
나는 새벽의 통증을 떠올렸다.
게임에는 마법이 얼마나 아픈지 알려주는 항목이 없었다.
"안 아프십니까?"
그녀가 나를 봤다.
"뭐가."
"마법을 쓸 때요."
잠깐 바람 소리만 났다.
"왜 아파야 하는데?"
나는 입을 다물었다.
루시아의 시선이 수첩을 받친 손으로 내려갔다.
"너, 마법을 썼어?"
— 6화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