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손톱만큼
목각견이 뛰었다.
이든이 하겐을 놓고 양팔을 들었다. 손바닥 앞에서 빛이 뭉쳤다가 흩어졌다.
목각견의 머리가 그 빛을 향해 꺾였다.
몸통이 문설주를 들이받았다.
쾅!
이든이 뒤로 넘어졌다. 나무 이빨이 방금 얼굴이 있던 자리를 긁었다.
나는 바닥의 부품함을 걷어차 옆으로 밀었다.
"마법 쓰지 마십시오! 마력을 따라갑니다!"
"그럼 뭘 해!"
이든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오른쪽으로 물러나세요. 하겐 씨한테서 떨어져서!"
목각견이 몸을 돌렸다.
나는 그 뒤로 한 걸음 옮겼다. 나무 등판이 손 닿을 곳에 있었다.
내가 더 가까웠다.
그런데 머리는 이든을 향했다.
감응석에서 확인한 반응이었다. 이 인형에게 나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 놓인 상자와 비슷했다.
그 사실이 이렇게 고마울 줄은 몰랐다.
이든이 오른쪽으로 기어 물러났다.
목각견은 앞발을 디딜 곳을 찾았다. 좁은 문턱에 뒤집힌 운반대가 걸려 있었다.
하겐은 그 밑에서 다리를 빼려 하고 있었다.
"조금만 버티십시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나도 몰랐다.
나는 목각견의 등 뒤로 붙었다.
14호에서 본 정지 고리. 그걸 들면 동력석과 접점이 떨어진다.
16호의 고리는 낮게 처박혀 있었다. 찌그러진 등판이 가장자리를 덮어 손가락을 넣을 틈이 좁았다.
손톱 끝으로 걸어 당겼다.
고리는 들렸지만 손이 먼저 미끄러졌다.
손톱이 갈라졌다.
목각견이 다시 자세를 낮췄다. 등에 있던 고리가 내 손에서 멀어졌다.
이든이 벽을 짚고 일어섰다. 더 물러날 공간이 없었다.
그가 내 얼굴을 봤다.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뭘 안다고 끄덕여.
내가 아는 건 고리가 열리는 높이뿐이었다.
운반대는 한쪽이 문턱에 걸려 있고, 하겐의 다리는 반대쪽 바퀴 아래에 있었다. 뒤집힌 틀을 들면 하겐을 빼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손을 떼면 목각견이 이든에게 닿았다.
나는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마개를 이로 물어 열었다.
첫날과 같은 양이었다.
삼킨 액체가 목을 지나갔다. 곧바로 가슴 아래가 따끔거렸다.
새벽의 감각이 돌아왔다.
나는 백지에서 어제 본 선을 찾았다.
루시아의 손바닥. 위로 들리던 종이. 손끝 아래에서 모였다가 열리던 바람.
불꽃 대신 그 모양을 골랐다.
처음 쓰는 술식이었다.
종이를 띄운 것을 봤을 뿐, 금속 고리를 밀 수 있는지는 시험하지 못했다.
그래도 맨손으로 놓친 높이까지는 알아야 했다.
나는 고리 바로 아래에 손을 폈다.
바람이 났다.
목각견의 귀가 돌아왔다.
붉은 눈이 처음으로 나를 봤다.
마력이 생긴 순간, 나도 표적이었다.
고리는 조금 들렸다.
그뿐이었다.
손톱 너비가 필요했다. 아직 모자랐다.
목각견이 고개를 돌렸다. 등판의 각도도 함께 틀어졌다.
바람이 고리 옆으로 샜다.
나는 손목을 따라 돌렸다. 팔 안쪽이 길게 찢어지는 것 같았다.
더 많이 넣지 마.
루시아가 한 말이 떠올랐다.
더 부으면 해결될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지금도 먹은 것 중 얼마가 고리에 닿는지 몰랐다.
손을 더 가까이 붙였다.
루시아의 손과 종이도 가까웠다. 나는 고리 아래로 손끝을 더 밀어 넣었다.
고리가 떨렸다. 바닥에서는 빈 상자 끌리는 소리가 났다.
목각견의 앞발이 돌아섰다. 턱이 벌어졌다.
회색숲에서 카시안이 마지막으로 본 것도 저 각도였다.
목 안이 굳었다.
나는 혀를 깨물었다. 피 맛이 나자 눈앞의 나무 이빨이 다시 보였다.
숲이 아니었다.
이건 정지 고리가 달린 목각견이었다.
손을 거두지 않았다.
딸깍.
붉은 눈이 꺼졌다.
턱은 멈췄지만 몸통은 이미 기울고 있었다. 나는 뒤로 넘어졌다.
하겐이 바닥에서 손을 뻗었다.
옆으로 굴러온 빈 상자를 목각견의 목 아래에 밀어 넣었다.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인형의 턱이 내 어깨 위에서 멎었다.
나는 얼굴을 돌리고 숨을 토했다.
이든이 운반대 한쪽을 들어 올렸다.
하겐이 다리를 뺐다. 노인은 이를 악문 채 목각견의 등판을 벌렸다.
안에서 붉은 동력석을 꺼냈다.
그제야 나는 손을 내렸다.
감각이 없었다.
빈 병이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갔다. 이든이 떨어지기 전에 받아들었다.
"이거……"
"마개 닫아주십시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코에서 피가 턱으로 흘렀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팔꿈치가 바닥을 미끄러졌다.
이든이 내 어깨 아래로 손을 넣었다.
"들 수 있어?"
"아니요."
이번에는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하겐이 문밖에 대고 사람을 불렀다. 복도 멀리서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든의 소매를 붙잡으려다 실패했다.
"정령학부 티아나 실비아를……"
"불러?"
"예. 양호실로 부탁드립니다."
말을 마치니 숨이 찼다.
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등을 벽에 기대게 하고, 닫은 작은 병을 내 주머니에 넣어줬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문턱에 이관표가 떨어져 있었다.
동력석 분리 확인.
그 옆에는 하겐이 꺼낸 붉은 돌이 있었다.
"그 종이도……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하겐이 말없이 주워 접었다.
사람들이 들어왔다. 무너진 상자를 치우고 내 팔을 받쳤다.
나는 다시 목각견을 봤다.
쓰러진 몸통 아래에 부러진 상자가 끼어 있었다. 하겐이 밀어 넣지 않았다면, 꺼진 인형에 깔렸을 것이다.
알던 순서대로 된 건 고리 하나뿐이었다.
그 하나를 올리는 데 남은 힘을 다 썼다.
복도에서 헤르만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하겐이 이관표를 내밀었다.
헤르만은 종이와 동력석을 번갈아 봤다. 그리고 꺼진 목각견 위의 열린 고리를 봤다.
"누가 정지시켰나?"
이든이 나를 돌아봤다.
나는 피가 묻은 입술을 닦지 못한 채 고개를 들었다.
"접니다."
— 9화 끝 —
